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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보존을 넘어 공존으로 - 문화유산 ODA와 공동체의 미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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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학고재 출간일: 2026. 5
주요내용
문화유산은 단순히 과거의 시간을 증언하는 낡은 유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공동체의 고유한 정체성과 사회적 연대를 묶어내는 구심점이자, 현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미래의 창조적 영감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자원입니다. 이러한 문화유산이 국제개발협력(ODA)과 조화를 이룰 때, 유산 보존은 단순한 물리적 복원을 넘어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 달성에 기여하는 강력한 동력으로 승화됩니다. 전통의 전승이 지역사회의 경제적 자립을 이끌고, 상호 존중에 기반한 협력이 국가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며 평화와 포용적 사회를 구축하는 핵심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문화유산과 국제개발협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및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활동해 온 전문가들의 치열한 고민과 현장의 생생한 기록은 문화유산 보존이 어떻게 글로벌 공존과 연대의 장으로 진화해 나가는지 그 여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제1장에서는 다자간 협력의 중심인 유네스코 재정 구조의 변화를 통해 국제사회 문화유산 국제개발협력의 지형도를 짚어봅니다. 오늘날 유네스코의 재정은 현장에 직접 투입되어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는 '신탁기금(FIT)'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주요 공여국들이 이 기금을 자국의 외교 전략과 연계하는 가운데, 수혜국에서 핵심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개도국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정부를 넘어 강릉, 청주, 제주 등 지방자치단체까지 독자적인 기금을 조성해 국제 표준을 제시하는 노력은 주목할 만 합니다. 이러한 다자간 신탁기금은 수원국 주도의 주인의식을 고취하고 분쟁 지역에서도 기민하게 유산을 보호할 수 있는 차별적 효용성을 지니며 지속가능한 발전의 제도적 기반을 닦고 있습니다.
제2장에서는 거대한 건축물 보존에 편중되었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을 통해 전승되는 무형유산으로 ODA의 패러다임이 확장되는 과정을 다룹니다. 2023년부터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가 추진 중인 '키르기즈공화국 전통공예 기반 문화관광산업 활성화 사업'은 유목 정체성이 담긴 전통공예를 통해 여성 등 지역사회의 소득 창출과 자립을 돕는 빈곤 퇴치 및 포용적 경제 성장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정책 제도 구축, 인적 역량 강화, 가치사슬 고도화, 복합문화공간 조성이라는 통합적 전략을 통해 무형유산이 어떻게 지역경제의 발전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선의로 포장된 국제협력 이면의 권력 불균형 역시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 할 과제입니다. 제3장은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보존의 역사를 통해 다자적 협력 거버넌스에 내재된 비대칭성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식민지 시대 프랑스 극동학원에서 시작된 지식 권력의 독점은 오늘날 다자주의 체제(ICC-Angkor) 전환 이후에도 여전히 공여국과 외부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일본, 중국, 한국, 인도 등 참여국들이 각기 다른 보존 철학과 기술을 적용함에 따라 앙코르 유적은 이질적인 경관이 병치된 팔림프세스트(겹쳐 쓰기)적 역사 경관이 되었습니다. 이는 유적 보존이 강대국의 지식 경연장에 머물지 않으려면 지역 공동체를 실질적으로 포용하는 다원적 거버넌스로 성숙해야 함을 역설합니다.
물리적 복원에서 나타나는 철학의 충돌과 권력 문제는 첨단 기술 영역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됩니다. 제4장은 최근 급부상한 디지털 문화유산 ODA의 명암을 조명합니다. 한국의 원조는 개별 유적의 3D 복원을 넘어, 미얀마나 베트남처럼 국가 단위 통합 관리 시스템 및 스마트시티 조성 등 데이터 기반 산업화로 진일보하며 개도국의 혁신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 기관의 데이터 독점이라는 데이터 식민주의, 디지털 복제에 따른 저작권 분쟁, 서구 중심의 AI 학습 데이터가 초래할 수 있는 역사적 왜곡과 착시 현상 등 새로운 윤리적 과제들이 발생합니다. 효율성만을 좇을 것이 아니라 현지 전통을 존중하고, 데이터 주권과 통제권을 보장하는 공동체 중심의 '데이터 민주주의' 생태계 구축이 시급함을 강조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재정의 다변화, 무형유산의 자생력, 거버넌스의 비대칭성, 디지털 윤리라는 다층적인 논의는 결국 제5장의 철학으로 수렴됩니다. 문화유산 ODA는 단순히 무너진 구조물을 세우는 기술적 행위를 넘어, 지역 공동체와의 관계 형성 및 의미 복원이어야 합니다. 북미 원주민 사진 연출 사례처럼 유산 보존이 주류 사회의 편견에 의해 편집되는 기억의 위계를 극복하고, 네덜란드의 정책처럼 유산을 삶 속에서 호흡하는 '살아있는 자산'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본서는 과거에 가두는 보존에서 함께 호흡하는 공존으로, 외형적 형식에서 삶의 맥락이 담긴 의미로, 외부 전문가에서 공동체 중심으로, 완공이라는 결과에서 신뢰 구축이라는 과정으로 나아가는 네 가지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합니다.
문화유산과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종사자와 연구자,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공감하는 독자 여러분. 문화유산 ODA는 단순한 시혜적 원조가 아니라 "누구의 기억을, 누구의 관점으로, 누구와 함께 지켜나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실천하며 글로벌 정의를 실현하는 고도의 윤리적 과정입니다. 각 장에 담긴 현장의 딜레마와 비판적 성찰을 따라가는 이 여정이, 상호 존중과 연대에 기반하여 지속가능한 인류의 발전과 진정한 글로벌 공존을 모색하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출판계의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출판을 기꺼이 맡아주신 학고재 박해진 대표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원고 곳곳을 세세하게 살펴보며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주신 손희매 편집장님의 노고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추천사
문화유산은 글로벌 공공재입니다. 특정 민족이나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가꾸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공동의 유산입니다. 한 공동체가 수천 년에 걸쳐 빚어온 건축물과 의례, 언어와 기예, 그 안에 담긴 삶의 방식은 그 자체로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일은 어느 한 나라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무입니다.
돌이켜보면 국제개발협력의 역사에서 문화 분야는 오랫동안 주변부에 머물러 왔습니다. 보건·교육·농업 등 이른바 실용적 분야가 원조의 중심을 차지하는 동안, 문화와 유산은 개발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뒤에야 돌아볼 수 있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이 인식은 이제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이 지역공동체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회복력을 키우는 실질적 자원임이 세계 곳곳에서 입증되면서, 문화 분야는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전환의 한복판에서 태어났습니다.
문화적 맥락과 결별한 개발은 영혼 없는 성장에 불과합니다. 공동체의 정체성과 기억이 지워진 자리에 진정한 번영은 뿌리내리기 어렵습니다. 유산의 물리적 복원에 그치지 않고, 수원국 공동체가 스스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가꾸며 경제적 자립을 이루도록 돕는 것, 그것이 문화유산 ODA가 지향해야 할 본래의 모습입니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수원국에서 20여 년 만에 공여국으로 전환한 나라입니다. 이 특별한 경험은 우리에게 원조의 의미를 누구보다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2011년 본격화된 문화유산 ODA 사업은 개별 유적의 복원을 넘어 무형유산 기반 지역경제 활성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유산 관리 혁신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를 꾸준히 넓혀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단순한 기술 제공자가 아니라 수원국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동반자로 성장해 왔습니다.
물론 냉정한 시선도 필요합니다. 선의의 협력이 자칫 지식 권력의 불균형을 되풀이하거나, 현지 공동체를 협력의 객체로 전락시키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돌아봐야 합니다. 협력의 진정성은 얼마나 멋진 결과물을 남겼느냐가 아니라, 현지 사람들이 얼마나 주체로 설 수 있었느냐로 판가름 납니다.
이 책을 쓴 다섯 분의 필진은 문화유산창의공간,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활동해 온 연구자이자 현장 전문가들입니다. 정책, 현장, 기술, 국제기구라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쌓아온 이들의 경험이 한 권으로 모인 것은 이 분야에서 보기 드문 성과입니다. 각자의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고민한 이야기들인 만큼, 문화유산 국제협력을 공부하고 실천하려는 이들에게 믿을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 유진룡 (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화유산과 국제개발협력’ 시리즈 기고자 Pool 및 공저집필 문의
Unesco 동아시아사무소 문화담당관/ Unesco 태평양사무소 문화담당관/ / 유네스코 기록유산센터 전문관/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전문가/ 유네스코 인가 NGO 전문가/ 유네스코 NGO 연구원/ 문화 ODA전문가 / 문화재수리 기술자협회 전문가/부탄왕국 로덴재단 대표/ 몽골 국립문화유산센터 연구관/ 전통문화대학교 교수/ KAIST 디지털 복원 전문가 / 아시아연구원 연구원 / 문화관광연구원 전문위원 / KOICA 연구위원/ 관광-콘텐츠 ODA전문가 / 국가유산진흥원 문화유산 전문가/ 기고 문의 : seedspouch@outloo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