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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과 문화유산

UN Tourism Dashboard (unwto.org): 국가별 인바운드/아웃바운드 통계, 관광 산업의 GDP 기여도 등을 시계열로 추적하여 거시적 트렌드를 분석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 (datalab.visitkorea.or.kr): 통신사(KT/SKT)의 유동인구 데이터와 신용카드 소비 데이터를 융합하여 제공한다. 시간대별 혼잡도, 방문객의 거주지 분포, 소비 패턴 등을 미시적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1.
문화와 관광의 상생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의 진화
21세기 국제 개발 협력의 지형에서 '문화'와 '관광'의 결합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 달성을 위한 가장 강력하고도 복잡한 도구 중 하나로 부상했다. 과거 문화유산의 보존을 담당하는 유네스코와 관광 산업의 진흥을 담당하는 세계관광기구는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진 기관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유네스코가 유산의 '보호'와 '진정성'에 방점을 두었다면, 유엔관광기구는 관광객 유치와 '활용', 그리고 '경제적 효과'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증하는 글로벌 관광 수요와 문화유산의 훼손 위기, 그리고 지역사회의 발전 욕구가 맞물리면서 두 기구는 상호 의존적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유엔관광기구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관광객의 약 40%가 문화적 동기에 의해 여행을 결정한다.1 이는 문화관광이 단순한 틈새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관광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2019년 기준 관광 산업이 전 세계 GDP의 10.3%인 8조 9천억 달러를 창출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1, 문화관광의 경제적 파급력은 막대하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은 필연적으로 유산의 보존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켰고, 이에 따라 두 기구는 '관리되지 않은 관광'이 유산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게 되었다.
유네스코와 유엔관광기구가 지난 십수 년간 구축해 온 협력의 역사와 주요 이니셔티브, 그리고 그 결과물인 선언문과 보고서들을 포괄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두 기구가 주최한 일련의 '세계 문화관광 회의(World Conference on Tourism and Culture)'를 기점으로 형성된 글로벌 거버넌스의 변화를 추적하고, 실크로드 프로그램이나 창의도시 네트워크, 세계유산과 지속가능한 관광 프로그램(World Heritage and Sustainable Tourism Programme)과 같은 구체적인 사업들이 현장에서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심층적으로 고찰한다.
이는 단순한 사업의 나열을 넘어, 관광이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재원을 마련하고, 문화가 관광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상생(Synergy)'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과정이다.
1.
글로벌 거버넌스와 정책 프레임워크의 수립
유네스코와 유엔관광기구의 협력은 산발적인 프로젝트 단위에서 벗어나, 고위급 정책 입안자들이 참여하는 정례화된 글로벌 회의를 통해 체계화되었다. 2015년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시작된 '세계 문화관광 회의' 시리즈는 매 회차마다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선언문을 채택하며 문화관광 정책의 글로벌 표준을 제시해왔다. 이 회의들은 관광부 장관과 문화부 장관이 한자리에 모여 정책적 칸막이를 허물고 통합된 전략을 수립하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1.1 시엠립 선언 (2015):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의 구축
2015년 2월, 캄보디아 시엠립(앙코르와트 인근)에서 개최된 '제1차 유엔관광기구/유네스코 세계 문화관광 회의'는 두 분야의 장관급 인사들이 최초로 한자리에 모여 협력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4
1.1.1 회의 배경 및 목적: 성장과 보존의 딜레마
당시 전 세계적으로 관광객 수가 10억 명을 돌파하며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4 이러한 양적 팽창은 문화유산 현장에 심각한 물리적, 사회적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개발도상국에는 중요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양날의 검이었다. 특히 앙코르와트와 같은 상징적인 유산지에서의 개최는 과잉 관광(Overtourism)의 잠재적 위협과 유산 관리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시엠립 회의는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 입안자, 전문가, 실무자들이 모여 문화관광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도전 과제와 기회를 식별하고, 상호 유익한 파트너십 모델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캄보디아의 국왕과 총리가 참석함으로써 회의의 정치적 위상을 높였으며, 이는 관광이 국가 발전 전략의 핵심임을 천명한 것이었다.4
1.1.2 시엠립 선언(Siem Reap Declaration)의 핵심 내용
시엠립 선언은 문화와 관광의 융합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의 기초를 닦았다. 선언문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 강령을 제시했다.6
핵심 영역
주요 내용 및 정책적 함의
문화유산의 보호와 증진
관광 활동이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고 지지를 끌어내도록 장려한다. 특히 '관광 경험 사슬' 전반에 걸쳐 유산의 특성과 가치를 전달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해설판 하나를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가이드 교육, 마케팅 자료, 디지털 콘텐츠 등 모든 접점에서 유산의 가치가 전달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지속가능한 관리 체계
관광 활동으로 파생된 수익의 상당 부분이 문화 및 자연 유산의 관리와 보존에 재투자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6 이는 관광이 유산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부양'하는 경제적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함을 명시한 것으로, 입장료 수입의 유산지 직접 배정 등의 정책적 근거가 되었다.
거버넌스 간 파트너십
정부, 민간 부문, 지역사회 조직 간의 효과적인 파트너십을 촉진하고, 문화 및 관광 부처 간의 정책적 칸막이를 없앨 것을 권고했다.7
살아있는 문화와 창조 산업 연계
박물관이나 유적지뿐만 아니라 창의 관광(Creative Tourism), 산업 유산, 수중 유산 등 새로운 형태의 문화관광을 장려하여 관광과 지역의 창조 산업 간 연계를 강화했다.5
1.1.3 시사점과 파급 효과
시엠립 선언은 관광을 문화유산 파괴의 잠재적 원인이 아닌 '보존을 위한 도구'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또한,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관광객의 경험을 심화시키는 것이 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음을 알렸다. 이 선언 이후 많은 국가들이 관광부와 문화부 간의 정례 협의체를 구성하거나, 통합된 관광 개발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1.2 무스카트 선언 (2017):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 구축
2017년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제2차 회의는 유엔이 지정한 '지속가능한 관광의 해(IY2017)'의 맥락 속에서 개최되었다. 이 회의는 문화관광이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평화 구축과 사회적 포용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8
1.2.1 평화 구축의 도구로서의 관광: 문화적 외교의 확장
무스카트 선언은 관광과 문화가 문화 간 대화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는 분쟁 지역이나 문화적 갈등이 존재하는 지역에서 관광이 화해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관광객이 타 문화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편견을 해소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아래로부터의 외교' 기능을 강조한 것이다.9
1.2.2 무스카트 선언의 주요 공약
무스카트 선언은 시엠립 선언의 원칙을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와 구체적으로 연계했다.8
ㅇ 시너지 강화: 관광과 문화 간의 시너지를 강화하여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SDGs) 달성에 기여한다. 특히 빈곤 감소(SDG 1), 지속가능한 도시(SDG 11), 파트너십(SDG 17)과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ㅇ 책임 있는 관리와 무형유산: 유형 유산 보호뿐만 아니라 무형유산의 '보호'를 필수적인 요소로 포함했다. 이는 관광객이 지역의 전통 의식이나 축제에 참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화적 왜곡을 방지하고 존중을 바탕으로 한 경험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유엔관광기구는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관광과 무형유산에 관한 별도의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10
ㅇ 도시 개발과 연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접근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도모하며, 문화관광 정책을 '새로운 도시 의제'와 일치시킨다. 이는 도시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역사적 도시 경관(HUL) 접근법을 관광 계획에 통합하려는 시도였다.
1.3 이스탄불 선언 (2018): 모두를 위한 혜택과 포용성
2018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제3차 회의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혜택(For the Benefit of All)"이었다. 이는 관광의 경제적 이익이 지역사회, 특히 소외 계층에게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3
1.3.1 포용적 파트너십과 기술의 활용
이스탄불 선언은 이전 두 선언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던 시기였기에, 이에 대한 대응책이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다.
ㅇ 포용적 파트너십: 관광과 문화 이해관계자 간의 파트너십이 SDGs 이행에 기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가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즉, 관광 개발의 의사결정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참여형 거버넌스'가 필수적임을 천명했다.
ㅇ 문화적 상호작용 장려: 관광 개발이 방문객과 지역 주민 간의 긍정적인 문화적 상호작용을 장려하고, 그 혜택이 관련된 모든 공동체에 공유되도록 한다.11
ㅇ 기술과 방문객 관리: 기술을 활용한 방문객 관리 모델과 책임 있는 관광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는 스마트 관광(Smart Tourism) 기술이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문화유산의 혼잡도를 완화하고 방문객 경험을 분산시키는 데 활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빅데이터를 통한 방문객 흐름 분석, 예약 시스템 도입 등이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논의되었다.3
1.4 교토 선언 (2019):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2019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4차 회의는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Investing in future generations)"를 주제로 했다. 이 회의는 문화 전승, 공동체 역량 강화, 그리고 원주민의 권리에 초점을 맞췄다.12
1.4.1 교토 모델과 문화 전승의 제도화
교토 선언은 단순히 유산을 '박제'하여 보존하는 것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문화를 어떻게 '전승'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는 일본의 '교토 모델'이 보여주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핵심 공약
세부 실행 방안
혁신적인 정책 및 거버넌스
SDGs와 연계된 최첨단 문화관광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관광의 이익이 문화 자원과 지역사회 복지에 재투자되도록 보장한다.13 특히 '문화적 영향 평가'를 관광 개발 프로젝트의 필수 요소로 도입할 것을 권장했다.
상호 이해와 문화 전승
관광을 통해 문화 다양성과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연구 격차를 해소하며, 미래 세대를 위해 문화를 전승하는 시스템을 강화한다. 학교 교육과 연계한 유산 관광, 청소년 대상의 전통 기술 워크숍 등이 그 예시이다.
지역사회 권한 강화
디지털 솔루션과 포용적 접근 방식을 결합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여성과 청년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원주민 관광에 대한 권고
유엔관광기구의 '원주민 관광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권고'를 이행하고, 원주민 공동체와 관광 사업자 간의 파트너십을 확대한다. 이는 원주민 문화가 관광 상품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착취를 방지하고 그들의 주도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13
1.5 라고스 회의 (2022): 창조 산업과 회복력
2022년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열린 '제1차 관광, 문화 및 창조 산업 연계 글로벌 회의'는 팬데믹 이후의 회복과 '창조 산업'의 역할에 집중했다. 이전 회의들이 전통적인 '유산'에 집중했다면, 라고스 회의는 영화, 패션, 음악, 미식 등 현대적인 창조 경제 부문과 관광의 결합을 모색했다.14
1.5.1 창조 경제와 디지털 전환: 아프리카의 잠재력
라고스 회의는 '문화유산'의 범위를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창조 산업으로 확장했다. 이는 아프리카 대륙이 가진 젊은 인구와 역동적인 문화 콘텐츠를 관광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ㅇ 청년과 디지털: '소렌토 행동 촉구'의 연장선상에서 청년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관광 부문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을 촉구했다.16
ㅇ 창조 산업 지원: 나이지리아의 '놀리우드(Nollywood)'와 같은 영화 산업, 아프리카의 풍부한 미식, 패션 등이 관광의 새로운 자원임이 확인되었다. 이는 관광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창작과 혁신의 생태계를 지원해야 함을 의미한다. 영화 촬영지 관광이나 미식 축제 등이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 제시되었다.
ㅇ 회복력과 포용적 개발: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관광 및 문화 섹터의 회복을 위해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16 특히, 라고스 주정부는 '101 Days in Lagos'라는 이니셔티브를 통해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어지는 축제, 스포츠, 문화 행사를 큐레이션하여 도시를 '잠들지 않는 도시'로 브랜딩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전략을 발표했다.18
1.
주요 협력 프로그램 및 이니셔티브
글로벌 선언문들이 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비전이 실행되었다. 실크로드 프로그램, 세계유산과 지속가능한 관광 프로그램,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유네스코와 유엔관광기구 협력의 3대 실천 축이라 할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면서도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한다.
1.
실크로드 프로그램 (The Silk Road Programme)
실크로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화 교류의 통로이자, 현대 관광에서 가장 강력한 초국가적 브랜드 중 하나다. 유네스코와 유엔관광기구는 실크로드 유산의 보존과 관광 개발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1994년부터 장기간 협력해왔다.
1.1 협력의 구조와 목적: 초국가적 거버넌스
유엔관광기구의 실크로드 프로그램은 1994년 사마르칸트 선언을 시작으로 히바(1999), 부하라(2002), 아스타나(2009), 쉬라즈(2010) 선언 등을 통해 발전해왔다.20 이 프로그램은 개별 국가의 노력을 넘어선 '초국가적 협력(Transnational Cooperation)'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단일 국가만으로는 실크로드라는 거대한 서사를 온전히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구분
주요 내용
목적
실크로드 지역사회의 관광 혜택 극대화, 투자 촉진, 유산 보존, 원활한 여행 경험 제공 21
참여국
중국,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33개국 이상
핵심 활동
마케팅 및 프로모션, 역량 강화, 여행 간소화(비자 등), 목적지 관리
1.2 유산 회랑(Heritage Corridors) 전략: 점을 넘어 선으로
이 협력의 가장 획기적인 성과는 '실크로드 유산 회랑' 전략이다. 유네스코와 유엔관광기구는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ICOMOS와 협력하여 실크로드를 점(Site)이 아닌 선(Corridor)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혁신적인 전략을 수립했다.22
ㅇ 초국가적 연속 유산 등재: 2014년, 중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이 공동으로 신청한 '실크로드: 장안-텐산 회랑(Chang'an-Tianshan Corridor)'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는 5,000km에 달하는 구간을 아우르는 것으로, 단일 국가가 아닌 다국가 간 협력의 결실이었다.23 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야심 찬 프로젝트 중 하나로 기록된다.
ㅇ 관광 전략 프로젝트: 2013년 ITB 베를린에서 열린 제3차 실크로드 장관 회의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유산 보존과 관광 홍보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두었다. 구체적으로는 방문객 관리, 사이트 해석, 프로모션에 대한 공통된 전략을 개발하여 5개국에 적용했다. 이를 위해 '개발을 위한 로드맵'이 수립되어 지속가능한 성장의 원칙을 제시했다.22
1.3 구체적 성과 및 현장 사례
실크로드 프로그램은 단순히 정책 수립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현장 변화를 이끌어냈다.
ㅇ 가이드 훈련 핸드북: 유네스코와 유엔관광기구는 세계관광가이드협회(WFTGA)와 협력하여 '실크로드 유산 가이드 훈련 핸드북'을 개발했다.24 이 자료는 실크로드 전역의 가이드들이 유산의 가치를 정확하고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표준 교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영어와 러시아어로 보급되어 중앙아시아 지역의 관광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ㅇ EU 지원 중앙아시아 프로젝트: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된 EU 지원 프로젝트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유산 회랑"은 중세도시 쿨란(카자흐스탄), 크라스나야 레치카(키르기스스탄), 타지크 국립공원, 히바(우즈베키스탄) 등의 유적지 복원과 관광 인프라 개선을 지원했다.24 이 프로젝트는 무형유산 보호와 지역사회 참여를 독려하여, 유적지 보존이 지역 주민의 경제적 혜택으로 이어지는 모델을 만들었다.
ㅇ 문화적 왜곡 위험 관리: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실크로드 유산지(예: 마이지산 석굴)에서의 '문화적 왜곡 위험(Cultural Distortion Risk)'은 관광객의 인지된 가치와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되었다.26 이에 따라 유엔관광기구와 유네스코는 진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해석(Interpretation)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
세계유산과 지속가능한 관광 프로그램 (WH+ST)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여행하는 곳을 보호하자(People Protecting Places)"라는 비전 아래, 관광을 세계유산 관리의 핵심 요소로 통합하려는 시도다. 이는 유산 관리자와 관광 전문가 사이의 오랜 불신을 해소하고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27
2.1 패러다임의 전환: 목적지 접근법
과거에는 세계유산 등재가 곧 관광객 폭증과 관리 부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WH+ST 프로그램은 유산 구역(Property)뿐만 아니라 그 주변 지역을 포함한 '목적지(Destination)' 전체를 관리 대상으로 삼는 통합적 접근을 취한다.
ㅇ 이해관계자 참여: 관광 기획 및 관리 과정에 지역사회, 관광 업계, 보존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한다. 이는 관광의 이익이 지역사회로 환원되고, 지역 주민이 유산 보호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게 한다.27 이는 유산 구역 내부의 엄격한 보존과 완충 구역 및 주변 지역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조화시키는 전략이다.
ㅇ OUV(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전달: 관광객이 단순히 사진만 찍고 가는 것이 아니라, 유산이 가진 OUV를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해석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유산에 대한 존중심을 고취하는 효과가 있다.28
2.2 주요 활동 및 도구
ㅇ 지속가능한 관광 툴킷(Toolkit): 유네스코는 10권으로 구성된 '지속가능한 관광 툴킷'을 개발하여, 관광 인프라 관리, 방문객 소통, 자금 확보, 모니터링 등에 대한 구체적인 'How-To'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29 이 툴킷은 현장 관리자들이 관광 계획을 수립할 때 즉시 참조할 수 있는 실용적인 매뉴얼이다.
ㅇ 유럽 세계유산 여정(World Heritage Journeys): EU의 지원을 받아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협력하여 개발된 이 프로젝트는 이 프로젝트는 파리나 로마 같은 유명 관광지로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덜 알려진 유산지로 관광객을 분산시키며, 방문객이 더 오래 머물고 지역 문화를 깊이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4가지 테마 여행경로를 개발하였다. 30
- 로맨틱 유럽(Romantic Europe)
- 고대 유럽(Ancient Europe)
- 왕실 유럽(Royal Europe)
- 지하 유럽(Underground Europe)
ㅇ 관광 관리 역량 강화: 황산(중국)과 같은 주요 유산지에서 국제 회의를 개최하여, 혼잡 관리, 지역사회 혜택 증진 방안 등을 논의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했다.31 황산의 경우, 카메라와 GPS 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관제 센터를 통해 관광객 흐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우수 사례로 소개되었다.
1.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UCCN)
UCCN은 2004년에 창설되어 문학, 영화, 음악, 공예 및 민속예술, 디자인, 미디어 아트, 미식 등 7개 분야에서 창의성을 도시 발전의 전략적 요소로 활용하는 도시들의 연합체다.33 유엔관광기구는 이 네트워크와 협력하여 '유산' 중심의 관광에서 '창의성' 중심의 관광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3.1 창조 관광(Creative Tourism)으로의 진화
UCCN은 관광객이 수동적인 관찰자에서 능동적인 참여자로 변화하는 '창조 관광'을 지향한다. 창조 관광은 관광객이 방문지의 문화적 활동(예: 도예, 요리, 춤)에 직접 참여하여 창조적 잠재력을 개발하는 여행 형태다.
ㅇ 도시 재생과 관광: 창의도시들은 쇠퇴한 구도심을 문화 지구로 변모시켜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징더전(Jingdezhen)은 공예 및 민속예술 창의도시로서 도자기를 테마로 한 관광 전략을 추진했다. 2017년 기준 징더전의 총 관광 수입은 전년 대비 47.2% 증가했으며, 도시 전체 GDP 성장(8.5%)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다.35 이는 창의성이 어떻게 경제적 성과로 직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데이터다.
ㅇ 유엔관광기구와의 시너지: 유엔관광기구는 UCCN 가입 도시들의 사례를 통해 관광의 계절적 편중을 해소하고 새로운 관광 자원을 발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야드(디자인), 키수무(음악), 마토지뉴스(미식) 등 새롭게 가입한 도시들은 각기 다른 창의적 자산을 활용하여 관광 브랜딩을 강화하고 있다.36
ㅇ 미식 창의도시 연구: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식 창의도시들의 모니터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인프라, 매력물, 조직, 교육 등 4가지 차원에서 미식 자원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37 이는 미식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관광객을 유인하는 핵심 콘텐츠임을 입증한다.
1.
보고서 분석과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
유네스코와 유엔관광기구의 협력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방대한 데이터 조사와 분석을 통해 이론적, 실증적 기반을 다져왔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문건이 바로 "관광과 문화의 시너지(Tourism and Culture Synergies)" 보고서다.
1.
관광과 문화의 시너지 보고서 (UNWTO/UNESCO, 2018)
이 보고서는 전 세계 UNWTO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여 문화관광의 현주소와 정책적 과제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2
1.1 문화관광의 정의와 규모: 통계적 불일치의 발견
보고서는 문화관광에 대한 정의가 국가마다 상이하여 정확한 통계 산출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의 방식
추정문화관광객 비율
범위
활동기반
47%
관광객이 박물관 방문 등 문화 활동을 하나라도 하면 포함. 문화관광의 범위를 넓게 봄
동기기반
16%
문화적 체험이 여행의 주된 목적인 경우만 포함. 핵심 타겟층 파악에 유리
이러한 47% 대 16%의 격차는 데이터 수집 및 정책 수립에 있어 표준화된 기준이 시급함을 보여준다.38 또한, 회원국들은 문화관광의 핵심 요소로 유형 유산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으나, 80% 이상의 국가가 영화, 패션, 디자인 등 현대 문화(Contemporary Culture)도 문화관광의 정의에 포함시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문화관광의 외연이 과거의 유산에서 현재의 라이프스타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38
1.2 정책과 거버넌스 현황
ㅇ 정책적 중요성: 응답 국가의 90%가 관광 정책 내에 문화관광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었으며, 69%는 문화관광을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문화관광 정책이 명시적으로 존재하는 국가일수록 문화 관광객 수를 측정하고 성장률을 보고할 가능성이 높았다.39 이는 정책적 의지가 데이터 관리와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ㅇ 마케팅 편중: 84%의 국가가 마케팅 계획에 문화관광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국가들이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연구나 데이터 측정, 보존에 대한 투자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팔기 위한' 관광 정책이 '보호하고 이해하기 위한' 정책보다 앞서 있음을 보여주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1.3 핵심 권고 사항
보고서는 문화관광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7가지 핵심 권고 사항을 제시했다.38
1) 비전 수립: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명확한 문화관광 비전을 창출
2) 정보 생성: 정책 목표와 연계된 더 나은 연구와 데이터 생성(특히 관광객 행동 이해)
3) 정책 개발: 일반 관광 정책이 아닌, 더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문화관광 특화 정책 개발
4) 타겟 마케팅: 막연한 홍보가 아닌, 데이터 기반 정교하고 타겟팅된 마케팅 활동전개
5) 문화 보호: 관광 개발이 문화 보호를 저해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안전장치 마련
6) 기술 활용: 신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관리 효율화
7) 협업 촉진: 관광과 문화 부처, 민간과 공공, 지역사회 간의 협업을 강화
2 기타 주요 연구 및 가이드라인
ㅇ 관광과 무형유산 연구: 유엔관광기구는 무형유산이 관광 자원화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기회를 분석한 연구를 통해, 무형유산의 상업화가 아닌 '전승'을 돕는 관광 모델을 제시했다.10
ㅇ 원주민 관광 권고안: 교토 선언과 연계하여, 원주민이 관광 개발의 주체가 되고 그들의 자원을 보호하며, 공정한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는 관광객에게 방문 전 필요한 정보(행동 수칙 등)를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10
1.
지역적 초점 - 아프리카와 라고스 이니셔티브
2022년 라고스 회의는 아프리카 대륙을 문화관광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시키기 위한 전략적 모멘텀이었다. 이는 기존의 유럽이나 아시아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의 잠재력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
라고스 회의와 창조 산업의 부상
라고스 회의는 '관광, 문화, 창조 산업의 연계'를 주제로 하여, 아프리카의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자 했다. 특히 나이지리아의 놀리우드(Nollywood) 영화 산업은 연간 수천 편의 영화를 제작하며 아프리카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핵심 채널로, 이를 활용한 스크린 투어리즘(Screen Tourism)의 가능성이 집중 조명되었다.16
1.1 101 Days in Lagos 이니셔티브
회의 구체적인 성과 중 하나는 라고스 주정부가 발표한 '101 Days in Lagos' 이니셔티브다.
ㅇ 목적: 라고스를 '잠들지 않는 도시'로 브랜딩하고,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이어지는 축제 시즌을 전략적으로 묶어 관광객을 유치한다.18
ㅇ 내용: 문화 축제, 엔터테인먼트 쇼, 국제 스포츠 행사 등을 통합 큐레이션하여 제공함으로써, 단발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방문 유인을 창출한다.
ㅇ 전략적 함의: 이는 문화관광 정책이 단순히 유적지 방문을 넘어, 도시의 라이프스타일과 축제, 밤 문화(Night Economy)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2 라고스 문화 미션 (Lagos Cultural Mission)
또한 라고스 주정부는 '라고스 문화 미션'을 출범시켰다. 이는 멸실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이를 미래 세대에게 전승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다.42
ㅇ 구성: 문화 사절단 파견, 예술 쇼케이스, 교육 교류 등을 통해 라고스의 문화를 세계와 연결한다.
ㅇ 청년 역량 강화: 라고스 회의에서는 '소렌토 행동 촉구'의 연장선상에서 청년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독려했으며, 이 미션 역시 청년들의 창의성과 혁신을 문화 보존에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둔다.17
1.
전망과 제언
유네스코와 유엔관광기구의 협력은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으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 환경적 과제들이 남아있다.
1.
부처 간 칸막이(Silo) 현상 극복과 통합 거버넌스
보고서와 선언문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부처 간 협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문화부(보존 중심)와 관광부(개발 중심)는 예산과 우선순위를 두고 경쟁 관계에 있다. 시너지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관광 정책이 마케팅에 치우친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성공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단순한 MOU 체결을 넘어, 공동 예산 편성이나 통합 관리 기구(Destination Management Organization, DMO) 내에 문화유산 전문가와 관광 마케터를 동수로 배치하는 식의 제도적 강제가 필요하다.
1.
오버투어리즘과 문화적 왜곡 위험(Cultural Distortion Risk)
2010년대 후반부터 대두된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교토 선언(2019)에서 방문객 분산과 계절적 조정을 강조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다. 더 나아가 최근 연구는 과도한 상업화가 유산의 진정성을 해치는 '문화적 왜곡'을 초래하고, 이것이 결국 관광객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26
양적 성장(방문객 수) 중심의 KPI를 질적 성장(체류 시간, 1인당 지출, 진정성 인식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엔관광기구는 마케팅보다는 '방문객 흐름 관리(Visitor Flow Management)' 기술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5.3 디지털 전환과 가상 관광의 가능성
라고스 회의와 실크로드 프로그램 모두에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강조되었다. 메타버스, VR/AR 기술은 물리적 유산에 대한 접근 압력을 낮추면서도 전 세계인에게 유산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 전망: 앞으로의 협력은 물리적 유산 보호를 넘어, 디지털 아카이빙과 메타버스 내의 문화유산 관광 등으로 확장될 것이다. 이는 물리적 접근이 어려운 위험 지역의 유산이나 훼손된 유산을 복원하여 보여주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5.4 데이터 빈곤의 해결: 문화관광 위성계정
'시너지 보고서'에서 드러났듯이, 문화관광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부재하다는 것은 정책 수립의 큰 걸림돌이다. 47%와 16%라는 통계적 격차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 제언: '문화 관광객'에 대한 국제적으로 합의된 표준 정의를 확립하고, 빅데이터(통신사 로밍 데이터, 카드 소비 데이터 등)를 활용하여 문화 소비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문화관광 위성계정(Tourism Satellite Account for Culture)'**의 도입이 시급하다.
결론: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한 로드맵
유네스코와 유엔관광기구의 협력사는 '문화'와 '관광'이라는 두 거대한 흐름이 충돌하지 않고 합류하도록 물길을 터온 과정이었다. 시엠립에서의 첫 만남이 '대화의 시작'이었다면, 무스카트와 이스탄불을 거쳐 교토와 라고스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구체적인 행동'과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의제를 확장해왔다.
실크로드 프로그램은 국경을 초월한 유산 관리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이며,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관광이 도시의 혁신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징더전의 사례처럼 문화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라고스의 사례처럼 창조 산업이 도시의 새로운 활력이 되는 모습은 문화관광의 미래를 보여준다. 이제 양 기구의 협력은 팬데믹 이후의 회복탄력성 확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유산 보호,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 향유 방식 창출이라는 새로운 과제 앞에 서 있다.
결국 이 모든 협력의 핵심은 "사람(People)"이다. 유산을 보호하는 것도, 여행을 통해 문화를 향유하는 것도, 그 혜택을 누려야 하는 것도 결국 사람, 즉 지역사회와 방문객이다. 유네스코와 유엔관광기구의 파트너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광 수익이 지역사회의 삶의 질 개선과 유산의 생명력 연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Virtuous Cycle)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두 기구가 지향하는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의 최종 목적지일 것이다.

세계 관광산업의 회복 탄력성과 지역별 비대칭성

2024년은 국제 관광 시장이 '완전한 회복'의 임계점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분기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UN Tourism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국제 관광객 수는 2019년 동기 대비 97%수준에 도달하며 팬데믹 이전의 활력을 사실상 되찾았다.1이러한 회복세는 억눌렸던 여행 수요(Pent-up demand)의 폭발과 항공 연결성(Air Connectivity)의 정상화에 기인한다.3더욱 고무적인 것은 2025년 상반기에 대한 전망으로, 2024년 대비 5%의 추가 성장이 관측되었으며,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4%상회하는 수치이다.그러나 이러한 총량적 회복의 이면에는 지역별로 극명하게 갈리는 '비대칭적 성장'이 존재한다.
[표 1] 2024년 1분기 기준 주요 지역별 국제 관광객 회복률 및 성장률 (대 2019년)
지역 (Region)
성장률 (vs 2019)
주요 동인 및 분석
중동
+36%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국의 탈석유 경제 비전(Vision 2030)에 따른 공격적 인프라 투자 및 비자 완화 정책.1
유럽
+1%
역내(Intra-regional) 여행 수요의 견조함과 미주 지역 관광객의 유입 지속
아프리카
+5%
특히 북아프리카(North Africa)가 +23%를 기록하며 성장을 견인함.1
미주
99%
달러 강세로 인한 미국인 아웃바운드 수요 증가와 카리브해 지역의 인기 지속.
아시아-태평양
82%
중국의 해외여행 재개 속도 둔화 및 항공 공급망의 복구 지연. 2025년 완전 회복 전망.
특히 중동 지역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중동은 2019년 대비 36%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 이는 카타르(+137%),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주도하는 메가 이벤트 유치와 관광 비자 개방 정책이 실효를 거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23년 65% 수준에서 2024년 1분기 82%로 회복 속도를 높이고 있으나, 동북아시아(55% 수준)의 더딘 회복세가 전체 평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 측면에서, 2023년 국제 관광 수입(Receipts)은 약 1조 5천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명목 금액 기준으로는 2019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이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기준으로는 97% 수준이다. 관광산업의 직접적인 GDP 기여액(Tourism Direct GDP)은 약 3조 3천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전 세계 GDP의 3%를 차지한다. 이는 관광산업이 단순한 서비스업을 넘어 글로벌 거시경제의 핵심 축임을 방증한다.

한국 관광산업의 질적 전환: 미식(Gastronomy)과 로컬(Local)의 부상

한국 관광 시장 역시 양적 회복과 더불어 질적인 소비 패턴의 변화를 겪고 있다. 한국관광공사(KTO)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방한 외래 관광객은 약 1,100만 명으로 2019년 대비 63% 수준을 회복했으며, 정부는 2024년 2,000만 명, 2025년 1,85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방문 동기의 근본적인 이동이다. 과거 '쇼핑'과 'K-Pop'에 편중되었던 관심사가 '미식(Gastronomy)'과 '로컬 문화 체험'으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미식 관광의 주류화: 2024년 잠재 방한 여행객 조사 결과, 한국 방문의 주된 이유로 '식도락 관광(Restaurant Tour)'을 꼽은 비율이 15.7%로 나타나 쇼핑을 제치고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이는 한국 음식이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핵심 매개체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구체적 사례: 과거 불고기, 비빔밥에 국한되었던 메뉴가 감자탕, 김밥, 길거리 음식 등으로 다변화되었다. 특히 성수동의 감자탕 맛집들이 대만, 홍콩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은 현상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진짜 로컬(Authentic Local)' 정보의 확산을 보여준다.
정책적 대응: 이에 발맞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24년 'Taste Your Korea' 캠페인을 론칭하고, 전주 비빔밥, 춘천 닭갈비 등 33개의 지역 대표 음식(signature food tourism items)을 선정하여 미식 관광을 브랜드화하고 있다.
로컬 지향성(Localization)의 심화: 서울과 제주에 집중되었던 관광객들이 지방 소도시의 고유한 축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구미의 '라면 축제', 김천의 '김밥 축제' 등은 지역의 특색을 살린 B급 감성 콘텐츠가 글로벌 관광객에게도 소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개별여행객(FIT) 비중 확대와 맞물려, 한국인의 실제 생활 양식(Lifestyle)을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이다.

문화관광 및 문화유산 관광의 경제적 비중

관광 시장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위상은 단순한 관람 대상을 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적 엔진으로 격상되었다.
[표 2] 관광산업 내 문화 및 유산 관광의 비중 및 경제적 특성
구분
추정 비중
경제적/행동적 특성
문화 관광
약 40%
예술, 현대문화, 생활양식, 창의적 활동을 모두 포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관광 섹터 중 하나.
문화유산 관광
약 20~25%
박물관, 유적지, 역사적 장소 방문이 주 목적. 북미(32.8%)와 유럽(28.6%) 시장에서 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함.
도시 관광 내 문화 활동
약 60% 이상
도시 방문객의 과반수는 여행 중 박물관 방문, 공연 관람 등 문화 활동을 필수적으로 병행함.
고부가가치 관광객(High-yield Tourists): 문화 관광객은 일반 레저 관광객에 비해 체류 기간이 길고 지출 규모가 크다. UN Tourism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지역 생산품 구매에 적극적이어서 지역 경제로의 낙수 효과(Trickle-down effect)가 크다.
유럽 시장의 데이터: 유럽여행위원회(ETC)의 보고서는 유럽 여행객의 60% 이상이 문화적 체험을 여행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문화유산이 관광지 선택의 결정적 변수(Determinant Factor)임을 시사한다.
1.
관광과 문화유산 보호의 상관관계
2.
관광 자본이 유산 보호와 전승의 동력이 되는 경우
3.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Angkor Wat) - 재정적 자립과 관리 시스템의 진화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은 관광 수입이 문화유산 보존의 생명줄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재정 데이터 분석: 앙코르 유적의 입장권 판매를 전담하는 국영기업 앙코르 엔터프라이즈(Angkor Enterpris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앙코르 유적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89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3% 증가했다. 이에 따른 입장권 판매 수입은 약 4,190만 달러(약 560억 원)에 달해 전년 대비 28.7%의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5년의 데이터는 미세한 경고 신호를 보낸다. 2025년 1월~10월 기준, 앙코르 패스 판매 수익은 약 3,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기후 변화,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며, 관광 의존도가 높은 유산 관리 시스템의 취약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수익 배분 메커니즘 (Revenue Allocation):
유적 보존 (Conservation): 티켓 수입(1일권 37달러, 3일권 62달러, 7일권 72달러)의 상당 부분은 유적 관리 기구인 압사라청(APSARA Authority)으로 귀속된다. 이 자금은 수백 개의 사원 복원, 정글의 침식 방지, 연구 인력 운영 등에 필수적인 재원으로 사용된다. 관광 수입이 없다면 앙코르 와트의 물리적 보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회적 환원 (Social Contribution): 특기할 점은 관광 수입이 지역 의료 시스템을 지탱한다는 것이다. 티켓 판매 수익의 일정 비율은 칸타 보파(Kantha Bopha) 어린이 병원에 기부되는데, 2025년 10월까지의 누적 기부액은 약 15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문화유산 관광이 지역민의 생명 보호와 직결되는 '포용적 관광(Inclusive Tourism)'의 모범 사례다.
1.
스페인 플라멩코 (Flamenco) - 무형유산의 산업화와 고용 창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플라멩코는 관광이 무형유산(Intangible Heritage)의 전승을 돕는 경제적 생태계를 구축한 사례다.
경제적 파급효과: 2004년 안달루시아 주정부(Junta de Andalucía)의 획기적인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약 62만 5천 명의 관광객이 플라멩코를 주 목적 또는 주요 활동으로 방문하여 약 5억 4천만 유로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이 수치는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안달루시아 관광 산업은 지역 GDP의 13%, 고용의 14%를 책임지는 거대 산업이다.
생태계의 선순환:
직업의 지속가능성: 세비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20%가 플라멩코 공연을 관람한다. 이러한 수요는 '타블라오(Tablao)'라 불리는 공연장의 활성화를 이끌고, 이는 무용수, 가수(Cantaor), 기타리스트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원을 제공한다. 높은 실업률(특히 청년 실업)에 시달리는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관광은 젊은 세대가 전통 예술을 직업으로 선택하게 만드는 강력한 경제적 유인책(Incentive)이 된다.
부정적 측면의 관리: 물론 관광객의 입맛에 맞춘 '쇼(Show)'화로 인해 예술적 진정성이 훼손된다는 비판도 존재하나, 관광 수입이 예술가들의 순수 창작 활동을 위한 기반 자금이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2.
관광이 유산의 윤리와 정주 환경을 파괴하는 경우
3.
태국 카얀족 (Kayan People) - '인간 동물원' 논란과 경제적 종속의 딜레마
태국 북부 매홍손(Mae Hong Son) 지역의 카얀 라위(Kayan Lahwi)족 마을은 문화인류학적 윤리와 관광의 경제 논리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장이다.
인간 동물원(Human Zoo) 논란: 목에 무거운 황동 고리를 착용하여 목을 길게 보이게 하는 전통을 가진 카얀족 여성들은 오랫동안 관광객들의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비평가들과 인권 단체는 마을이 입장료를 받고 여성들을 전시하는 형태가 '인간 동물원'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해 왔다. 이로 인해 일부 여행사들과 관광객들은 윤리적 이유로 방문을 거부하는 '보이콧'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현장의 복잡성 (Complexity on the Ground): 그러나 실상은 더욱 복잡하다. 미얀마의 분쟁을 피해 태국으로 넘어온 카얀족은 난민 지위로 인해 태국 시민권을 얻기 어렵고, 거주 이전의 자유나 취업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관광 수입은 이들에게 유일한 생계 수단이다.
내부자의 목소리: 후아이 푸 켕(Huay Pu Keng) 마을의 주민 'Mu Tae'는 인터뷰에서 외부의 보이콧 운동이 오히려 마을의 경제를 파탄 내고 있다고 증언한다. 그녀는 관광객들이 마을을 방문하여 공예품을 구매하고 문화를 교류하는 것이 자신들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호소한다. 이는 외부의 윤리적 잣대가 지역의 경제적 현실과 괴리될 때 발생하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1.
이탈리아 베네치아 & 한국 북촌 한옥마을 -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정책 실험의 명암
관광객 과밀(Overcrowding)로 인한 '오버투어리즘'은 주민의 삶을 파괴하고 유산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베네치아와 북촌은 각기 다른 방식(가격 통제 vs 물리적 통제)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Venice): 가격 정책(Pricing Policy)의 한계
정책 도입: 베네치아는 세계 최초로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도시 입장료(Entry Fee)'를 부과하는 실험을 단행했다. 2024년 4월부터 특정 혼잡일 29일 동안 1인당 5유로를 징수했다.
결과 데이터: 2024년 시범 기간 동안 약 45만 명이 입장료를 지불하여 약 240만 유로(약 26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정책의 핵심 목표였던 '방문객 억제'는 실패했다. 오히려 입장료 부과일에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평균 7,000명 증가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실패 원인 분석: 5유로라는 금액은 베네치아 여행을 계획하는 관광객에게 진입 장벽이 되지 못했다(수요의 가격 비탄력성). 또한, 위반자에 대한 벌금이 실제로는 거의 부과되지 않아 강제성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베네치아 시 당국은 2025년부터 입장료 적용 일수를 54일로 늘리고, 예약 시점에 따라 요금을 10유로로 인상하는 강경책을 예고했다.
한국 북촌 한옥마을 (Bukchon Hanok Village): 물리적 통제(Physical Restriction)와 구역화
위기 상황: 서울의 대표적 주거 지역인 북촌은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소음, 쓰레기, 사생활 침해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로 인해 지난 10년 간 북촌의 실제 거주 인구는 27.6%나 감소하며 마을의 공동체가 붕괴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이 심화되었다.
정책 대응 (2024-2025): 종로구청은 2024년 11월부터 북촌을 레드(Red), 오렌지(Orange), 옐로우(Yellow)존으로 구분하여 관리하는 '특별관리지역' 정책을 시행했다.
레드존(Red Zone):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북촌로11길 일대(34,000㎡)로,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관광객의 출입이 전면 제한된다(통행금지).
제재 조치: 계도 기간을 거쳐 2025년 3월부터는 위반 시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2026년부터는 전세버스의 진입도 차단될 예정이다.
주민과 관광객의 반응: 주민들은 정주권 보호를 위한 조치라며 환영하는 반면, 일부 관광객과 상인들은 공공 도로를 막는 것에 대한 불만과 상권 위축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효성 측면에서는 관광객과 주민을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외국인 관광객에게 과태료를 징수하는 행정적 어려움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1.
유산의 보존과 활용 사이
데이터를 종합할 때, 문화유산 관광은 '양날의 검'임이 명확해진다. 앙코르 와트와 플라멩코의 사례는 관광이 유산 보존의 강력한 재정적·사회적 후원자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Table 2 참조). 반면, 카얀족과 베네치아, 북촌의 사례는 경제적 이익이 윤리적 가치나 거주민의 삶을 침해할 때 발생하는 파국적 결과를 보여준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문화관광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수용력 관리(Carrying Capacity Management): 베네치아의 가격 정책보다는 북촌의 물리적 접근 제한이나 앙코르 와트의 동선 분산 정책과 같이, 유산과 지역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물리적 총량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이익의 공정한 분배: 앙코르 유적의 수입이 어린이 병원으로 환원되듯, 관광 수익이 지역 주민의 복리 증진으로 직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주민들의 '관광 수용 태세'를 유지할 수 있다.
UN Tourism Dashboard (unwto.org): 국가별 인바운드/아웃바운드 통계, 관광 산업의 GDP 기여도 등을 시계열로 추적하여 거시적 트렌드를 분석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 (datalab.visitkorea.or.kr): 통신사(KT/SKT)의 유동인구 데이터와 신용카드 소비 데이터를 융합하여 제공한다. 이를 통해 북촌 한옥마을이나 지역 축제장의 시간대별 혼잡도, 방문객의 거주지 분포, 소비 패턴 등을 미시적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